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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부정함으로써 증명한다? 현대 철학자 마리옹이 바라본 부정신학의 역설

개혁신학어벤져스 2026. 5. 24. 11:35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거장이자 가톨릭 신학자인 장-뤽 마리옹(Jean-Luc Marion)은 우리가 '신(God)'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를 지적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보잘것없는 언어와 개념 속에 신을 가두어두려는 오만입니다. 마리옹의 초기 사상을 통해, 신을 정의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참된 신에게 다가가는 '부정신학(Negative Theology)'의 매혹적인 역설을 소개합니다.

 

 1. 우리가 만든 신은 모두 '우상'이다

일반적으로 철학이나 신학에서는 신을 가리켜 '전지전능한 존재', '최고의 선', '제1원인'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마리옹은 이러한 철학적 개념들이야말로 신의 참된 모습을 가로막는 '개념적 우상(Conceptual Idols)'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우리가 신을 어떤 틀 안에 가두어 이해하려는 순간, 그것은 진짜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 이성으로 조각해 낸 우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2. 플라톤이 아닌 '모세와 바울'에게서 찾은 해답

많은 역사학자는 기독교의 부정신학(신은 이성으로 알 수 없다고 보는 신학)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리옹은 완전히 다른 신선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는 부정신학의 뿌리가 그리스 철학이 아니라,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타오르는 떨기나무 아래 나타나 이름을 숨기셨던 하나님의 계시(출 3:14), 그리고 신약성경에서 바울이 아테네인들의 우상 숭배를 꾸짖었던 아레오바고 설교(행 17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성경 본연의 '우상 파괴적 전통'에서 부정신학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3. '철저한 부정'의 끝에서 만나는 참된 사랑

그렇다면 신에 대한 모든 정의와 속성을 부정하고(Apophaticism) 결국 침묵에 도달하면, 그다음엔 무엇이 남을까요? 마리옹은 철저한 부정의 벼랑 끝에서 인간의 언어가 완전히 해체될 때, 비로소 '존재를 초월하여 순수하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사랑(Love)'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완전히 버릴 때에만, 신은 우리에게 계산 없는 '넘치는 은혜(Superabundance)'로 다가옵니다.

 

 4. 포스트모던 무신론에 던지는 기독교의 반격

마리옹의 이러한 초기 통찰은 현대 및 포스트모던 철학의 '무신론적 비판'에 대해 기독교가 던지는 강력한 반격이기도 합니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같은 해체주의 철학자들은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 개념을 해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리옹은 기독교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스스로 '개념적 우상'을 부수는 부정신학적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고 응수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신'을 죽이는 현대의 무신론적 비판은, 오히려 기독교가 가짜 우상을 버리고 참된 하나님을 고백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역설입니다.

 

 맺음말

신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고백은 믿음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가장 깊은 신앙의 표현입니다. 말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침묵 속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리옹이 우리에게 전하는 부정신학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Christian_Apophaticism_in_Jean_Luc_Mario.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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